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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디자이너가 되자

Han HanLee 2007.11.2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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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인적으로 신변에 변화가 있었다. 필자는 월간 w.e.b. 12월호가 발간되어 독자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있을 때는 좀 다른, 새로운 환경에서 열심히 적응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에 앞서, 지인이 주관 중인 세미나를 통해 그간 업계에서 일해오는 동안 가졌던 경험과 생각들을 정리할 기회가 주어졌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들이라 모든 것이 옳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른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미나 때 사용할 제목처럼 그저 어느 디자이너의 ‘생각’과 ‘견해’일 뿐. 잘 정리된 매뉴얼을 만들었으면 했으나, 어디 디자인이라는 것이 규칙대로 매뉴얼 대로 되는 일이던가.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에 기술적인 얘기나 복잡한 얘기보다는 업무 속에서 재미있게 살아가는 것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를 지면을 통해 나눠보려 한다.


재미없는 것 속의 재미
‘끝은 사용자, 반복, 시작과 끝, 슬럼프, 남의 떡, 관계, 대화의 기술, 기술 동향, 건강, 가족, 부딪힘, 우선 순위, 청사진, 관심, 명함, 겸손, 커리어패스, 인내심, 운, 경쟁자와 비판자, 이성과 감성’

개 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수십 가지 잡다한 생각들을 추리고 추려서 정리한 21가지 키워드(어찌나 잡다한 잔소리가 많았는지 정리하는데 약간의 애를 먹었다)를 세미나를 듣는 사람들에게 늘어놓았었다. 여기서 또 이 모든 이야기를 다 늘어놓을 수는 없고, 핵심만을 끄집어 낸다면 ‘재미(Fun)’라는 말로 축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재미없는 영화를 어떻게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사람은 일을 할 때도 비슷한 퍼포먼스를 보인다. 갖은 혹평과 더불어 세상에서 가장 따분하다는 영화 한 편을 빌려다가 자신을 한번 테스트해보길 바란다. 두 시간여 동안 재미없는 것을 재미있게 보려면 오감(五感)이 가만히 있지를 못할 것이다. 심지어 갖은 상상력을 동원해서 화면에서 보이지도 않는 주변 스태프와 촬영감독을 상상하며 그들의 움직임에 관심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재미있게 보기 위한 온갖 요소를 스스로 끄집어내는 초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능력이 개발되면 드라마 하나를 볼 때도 쓸데없는 잡다한 생각이 난다.

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게 되는 것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소중한 열매다. 마치 두 살짜리 어린아이가 바라보는 눈처럼, 어느 것 하나도 그 의도가 궁금해서 참지 못할 정도가 될 것이다. 그렇게 설계하고 만든 의도에 대해. 모든 사물에는 창조자의 디자인 의도가 있기 마련이니 그 의도를 궁금해 하는 순간, 일상에서 다양한 디자인 작품을 접하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열정
‘재미있게 본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내는 힘이다. 이는 열정(Passion)과 직결된다. 재미있게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열정이 생긴다.

사 실 이런 경우도 있다. 아무리 재미있게 해보려고 해도 재미있어지지 않는 일이 손에 익을 정도로 반복되고 그래서 손에 익게 되면 재미있어진다. 바꾸어 말하면 재미없다는 것은 아직 손에 익지 않아서 재미없는 것이고, 이는 그 일이 손에 익을 때까지 반복되질 못했다는 것이다.

열정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될 때 놀라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근원이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닐지라도, 회사의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밤을 새서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바란다. 개인적인 프로젝트(돈을 버는 상업적인 아르바이트가 아니다)를 발주하고 진행하라는 얘기다. 이렇게 생긴 열정을 다시 회사 업무에 쏟아 부어 시너지 효과가 나면 정말 금상첨화다. 필자도 개인적인 프로젝트가 상당히 많다. 이때는 그냥 혼자서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해본다. 돈도 안되고 알아주는 사람이 없을지라도, 재미있기 때문이고 열정이 생기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에만 해당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혼자 해보고 잘 된 프로젝트는 회사 프로젝트에서 사용하고 싶어진다.

남의 떡
열 정을 식게 만드는 여러 가지 요인 중 하나가 스스로의 신세 한탄이다. 이는 ‘남의 떡’을 부러워하는 순간 생기게 되고 이윽고 슬럼프가 찾아온다. 남의 떡은 절대로 바라봐서도, 부러워해서도 안 되는 금기사항이다. 성경의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 같다고 할까? 남의 떡이 맛이 있든 없든 항상 남의 떡은 커 보인다. 세미나 자리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이 세상 어느 누구, 어느 회사든 고민이 없는 사람과 회사는 없다. 시장에서 성공한 사람에 대한 ‘남의 떡’은 긍정적인 ‘남의 떡’이기는 하나 그냥 군침만 삼키고 부러워하다간 슬럼프 강도만 세어지게 된다. 그들이 걸어온 길을 공부하고 이해하는 추가작업을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운(Luck)은 없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든 누구든 인생에 있어서 로또 같은 대박은 없으며, 복잡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통해 차곡차곡 만들어 지는 것이 ‘성공’이라는 탑이다. 다른 직업 군의 사람들 보다 특히나 디자이너에겐 ‘스타 디자이너’라는 유혹 아닌 유혹이 있다. 디자이너로서 대박을 노리는 것이지만 시장에 혜성처럼 불쑥 등장한 스타 디자이너도 그 이면에는 엄청난 경험과 기회 그리고 피와 땀이 서려있다. 최소한 필자가 아는 스타 디자이너들은 그렇다. 역시나 우연히 이루어지는 일은 어디에도 없다. 디자이너로서 되고 싶은 롤모델이 있다면, 그들이 밟아온 길을 공부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화의 기술
필 자는 그간 디자인 작업을 하고 수많은 클라이언트 그리고 회사 내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것이 있는데, ‘동성간에는 더욱 신경 쓰라’는 것이다. 사실 이성간에는 남녀간 본능적으로 묘한 감정 때문에 웬만하면 극한 상황까지 분란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동성간에는 다르다. 동성의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는 전화 통화, 메일 한 통 쓸 때마다 미묘하게 ‘미운’ 감정이 실린다. 이성보다도 웃는 이모티콘 사용이 적고 딱딱하다. 동성간에 일을 하고 대화를 나눌 때는 훨씬 조심하고 신경 써서 많이 웃어야 한다. 최소한 재미있는 디자이너는 그렇다. 특히나 감성이 지배하는 밤에 감정적으로 메일을 썼다가도 이성이 지배하는 아침에 다시 한번 확인하고 보내는 센스를 발휘한다.

시대의 기술
시대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은 디자이너들에게 여러 가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미술’적인 영역에서 벗어나 어디까지 손을 뻗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이에 대한 답은 한 가지다. 재미있는 디자이너는 자신의 재미를 발산할 수 있는 데까지 어디든 손을 뻗친다. 뻗어야 할 당위성이라기보다 디자이너로서 재미를 발산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습득하고 파고든다.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라면 잘 아는 전문가를 엮어서라도 파고든다.

재미있는 디자이너
재미있는 디자이너는 어떤 디자이너일까? 좀더 보편적인 명제로, 재미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재미있는 사람은 재미있는 말을 결과물로 쏟아내기도 하고, 재미있는 일을 모의하기도 한다. 그리고 재미있게 살아간다. 앞서 얘기했지만 누구나 고민거리가 넘쳐나는 상황에서도 재미있는 사람은 재미있게 살아간다. 삶을 재미있게 바라보는 지혜가 가득한 사람이다. 재미있는 디자이너도 디자인을 재미있게 하며 재미있게 바라보고, 디자인하는 과정으로 인해 느껴지는 스트레스와 진부함을 재미있게 바꿀 줄 아는 지혜가 있는 디자이너다.

이러한 디자이너는 즐겁게 작업할 줄 알고, 작업물에 위트가 있다. 이들과 함께 작업을 하면 함께 하는 사람도 즐겁다. 문제 해결사인 디자이너가 재미있기까지 하면 클라이언트도 즐겁다. 그 어느 누구도 따분한 디자이너와 일하고 싶은 클라이언트는 없기 때문이다. 당신은 재미있는 디자이너인가, 따분한 디자이너인가.

글. 이 한 Fantasy Interactive
정리. 박준기 편집장 marcjacobs@webs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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